1. 서 론
2. 연구 방법
2.1 데이터 수집
2.2 분류군 축적 곡선 및 최소 조사지점 산정
2.3 서식지 유형 간 식물 분류군 중복성 분석
3. 결 과
3.1 최소 조사 지점수
3.2 서식지 유형 간 종 중복성 분석
4. 고찰 및 결론
1. 서 론
농경지는 인간의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공간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종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중요한 생태계이다(Tilman et al. 2002, Tscharntke et al. 2005). 농경지 식물상은 토양 보전, 수질 개선 등 다양한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며(Marshall et al. 2003), 이는 농업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최근 기후변화, 집약적 농법 확산, 농약 사용 증가 등으로 인해 농경지 식물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Storkey et al. 2012).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장기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조사 비용과 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최대의 종 다양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조사 방법론, 특히 적정 조사 노력 수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태학적 모니터링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표본 크기의 설정이 핵심적이다(Gotelli and Colwell 2001). 특히 식생조사에서는 군집의 충분한 종수를 대표할 수 있는 최소면적 개념이 중요하게 다루어 진다(Braun-Blanquet 1932). 이러한 맥락에서 분류군 축적 곡선(Taxa Accumulation Curve)은 조사 노력 증가에 따른 누적 분류군 수의 증가 양상을 보여주며, 특정 비율의 종을 파악하기 위한 최소 조사 노력(지점 수)을 산정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Colwell and Coddington 1994). 또한, 여러 서식지 간의 분류군 구성 유사성과 중복성을 파악하는 것은 서식지 고유의 특성을 이해하고 통합적인 생물다양성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수적이다.
본 연구는 한국의 대표적인 농경지 유형인 논, 밭, 과수원에서 수집된 식물 분류군 데이터를 활용하여 한국 농업생태계 식물상 장기모니터링을 위한 최소 조사 지점수를 산정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각 유형별 90% 누적 종수를 파악하기 위한 최소 조사 지점수를 통계적으로 산출하고, 세 가지 농경지 유형 간 출현 분류군의 중복성을 벤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하여 제시하였다. 본 연구 결과는 향후 국가 단위 농업생태계 식물상 장기모니터링 계획 수립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2.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모든 통계 분석은 R 통계 환경(version 4.5.0)을 사용하여 수행되었다(R Core Team 2025).
2.1 데이터 수집
분석에는 전국적으로 논, 밭, 과수원을 대상으로 기존에 출판된 연구들에서 수집된 식물상 조사 자료를 활용하였다(Kim et al. 2019a, 2019b, 2020). 이들 자료는 동일한 연구팀에 의해 표준화된 방법론으로 전국 도별 4지역씩 체계적으로 선정하여 조사되었으며(각 농경지 유형별 36지점), 농경지 식물상의 계절성을 반영하기 위하여 5~6월과 8~9월 두 시기에 걸쳐 수행되어 방법론적 일관성과 공간적·시간적 대표성을 확보하였다. 각 데이터셋은 여러 조사 지점에서의 식물 분류군 출현 유무(0 또는 1)를 기록하고 있다.
2.2 분류군 축적 곡선 및 최소 조사지점 산정
각 서식지 유형별(논, 밭, 과수원) 그리고 세 가지 유형을 통합한 전체 농경지에 대해 vegan 패키지의 specaccum 함수를 사용하여 분류군 축적 곡선을 계산하였다(Oksanen et al. 2013). 누적 분류군 수는 무작위 샘플링 방식(method = “random”)을 1,000회 반복(permutation = 1000)하여 추정하였다. 이는 주어진 데이터 내에서 실제 조사 노력에 따른 분류군 발견 패턴을 가장 안정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방법이다. 전체 분류군 수의 90%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최소 조사 지점수를 산출하기 위해, 먼저 각 specaccum 객체에서 관측된 최대 분류군 수를 확인하였다. 이 최대 분류군 수의 90%에 해당하는 값을 임계값으로 설정한 후, 객체의 누적 분류군 수가 이 임계값을 처음으로 넘어서는 지점의 수를 최소 조사지점수로 결정하였다.
2.3 서식지 유형 간 식물 분류군 중복성 분석
각 서식지 유형에서 실제로 출현한 식물 분류군들의 목록을 추출하였다. 이는 전치(transposed)된 데이터 행렬에서 각 열(분류군)의 합계가 0보다 큰 경우 해당 분류군이 출현한 것으로 간주하여 분류군 이름을 수집하는 방식이었다. 수집된 세 가지 분류군 목록을 ggVennDiagram 패키지(Gao and Dusa 2025)를 사용하여 벤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하였다. 벤 다이어그램을 통해 각 서식지 단독 출현 분류군과 여러 서식지에 공통으로 출현하는 분류군의 수를 파악하고 시각적으로 제시하였다.
3. 결 과
3.1 최소 조사 지점수
각 농경지 유형별 및 전체 통합 농경지에 대한 90% 누적 종수 도달을 위한 최소 조사 지점수는 Table 1에 제시되어 있다.
Table 1.
Minimum number of survey sites required for 90% cumulative plant taxa discovery by agricultural land type in Korea
분석 결과, 밭 서식지가 10개의 조사지점만으로도 전체 종의 90.9%(534종 중 486종)를 파악할 수 있어 가장 적은 노력으로 높은 종 파악률을 보였다. 논은 24개 지점에서 90.2%(388종 중 350종), 과수원은 28개 지점에서 90.5%(466종 중 422종)의 종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세 가지 농경지 유형을 통합하여 분석한 결과, 전체 744종 중 90.0%에 해당하는 670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총 56개 지점의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농경지 유형별(논: Fig. 1a, 밭: Fig. 1b, 과수원: Fig. 1c) 및 전체 통합 농경지(Fig. 1d)에 대한 종 축적 곡선이 제시되어 있다. 이 곡선들은 조사된 지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누적 종 수를 보여주며, 다양한 농업생태계 유형에서 종 풍부도를 식별하는 데 필요한 샘플링 노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평균 종 풍부도와 함께 제시된 95% 신뢰구간은 종 축적의 변동성을 보여준다.

Fig. 1.
Plant taxa accumulation curves for agricultural land types in Korea. Taxa accumulation curves showing the relationship between sampling effort (number of sites) and cumulative number of taxa identified in (a) paddy fields, (b) upland fields, (c) orchards, and (d) overall agricultural land combining all three habitat types. The solid lines represent mean taxa richness, and the shaded area indicate 95% confidence intervals based on 1,000 random permutations. The horizontal dashed lines indicate the 90% threshold of total taxa richness, and the vertical dashed lines show the minimum number of sites required to achieve this threshold for each habitat type.
3.2 서식지 유형 간 종 중복성 분석
벤 다이어그램 분석 결과(Fig. 2), 각 서식지 유형별 고유하게 출현하는 종들과 두 서식지에 공통으로 출현하는 분류군, 그리고 세 서식지 모두에 공통으로 출현하는 분류군의 수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세 유형 모두에 공통으로 출현하는 분류군은 220분류군이었으며, 이는 농경지 환경 전반에 걸쳐 넓게 분포하는 핵심 분류군들임을 시사한다.

Fig. 2.
Venn diagram of plant taxa overlap among agricultural land types in Korea. Numbers represent taxa counts in each section, showing unique taxa per habitat type, pairwise overlaps, and core agricultural flora common to all three land types (220 taxa). Total taxa richness across all habitats was 744.
각 서식지 유형별 단독 출현 분류군 수는 논 84분류군, 밭 132분류군, 과수원 104분류군으로 나타났다. 또한 두 서식지에서만 공통으로 출현하는 분류군은 논과 밭 교집합에서 62분류군, 밭과 과수원 교집합에서 120분류군, 과수원과 논 교집합에서 22분류군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교집합의 분류군 수는 서식지 간의 생물학적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4. 고찰 및 결론
본 연구는 한국 농경지 유형별 식물상 장기모니터링을 위한 최소 조사 지점수를 분류군 축적 곡선을 통해 정량적으로 제시하고, 서식지 간 분류군 중복성을 시각화하여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제한된 예산과 인력 하에서 효율적인 전국 단위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실용적 가치가 크다.
밭 서식지가 10개 지점만으로도 90% 이상의 종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밭 생태계의 독특한 교란-내성 종 구성과 함께 한국 밭 경작지의 고유한 필지 특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밭은 논이나 과수원에 비해 필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세분화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 활용된 자료에서도 지점당 1ha 내에 약 5~15개의 소규모 필지가 포함되어 조사되었다(Kim et al. 2020). 이러한 소필지 모자이크 구조는 경작 방식의 다양성, 작물 순환, 휴경 관리 등과 함께 미세서식지의 이질성을 크게 증가시켜, 상대적으로 적은 조사 노력으로도 해당 서식지의 종 다양성을 충분히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Bohan et al. 2005).
반면 논(24개 지점)과 과수원(28개 지점)은 보다 많은 조사 지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큰 필지 규모로 인한 서식지 균질성과 함께 각각 수생-육상 전이대의 복잡한 생태적 특성 및 과수 재배에 따른 관리 정도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
세 농경지 유형을 통합한 전체 분석에서 56개 지점이 필요하다는 결과는 향후 국가 단위 농업생태계 모니터링 계획 수립에 중요한 기준점을 제공한다. 전국을 권역별로 구분하여 농경지 면적 비율을 고려한 지점 배분 전략을 수립할 때, 본 연구 결과를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밭 지역이 많은 권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조사 지점으로도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나, 논과 과수원이 혼재된 지역에서는 충분한 지점 확보가 필요하다.
벤 다이어그램 분석을 통해 확인된 220개의 공통 출현 분류군은 농경지 환경 전반에 걸쳐 넓게 분포하는 핵심 분류군으로, 농업생태계의 연결성을 평가하는 지표종으로 활용 가능하다(Duelli and Obrist 2003). 반면 각 서식지별 고유 출현 분류군(논 84, 밭 132개, 과수원 104개)은 해당 서식지의 미세환경 특성과 관리 방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 종들로, 서식지별 맞춤형 보전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Weibull et al. 2003).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가진다. 첫째, 현재 90% 임계값만을 사용했으나, 모니터링 목적에 따라서는 95% 또는 99% 수준의 더 높은 정확도가 요구될 수 있다. 둘째, 농업 관리 방식의 변화나 기후변화로 인한 식물상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적인 분석이라는 점이다. 셋째, 각 농경지 유형 내에서도 세부 관리 방식(유기농법, 관행농법 등)에 따른 식물상 차이는 고려하지 못했다(Hyvönen et al. 2003)
기후변화로 인한 식물상 변화를 감지하고 침입외래종의 조기 탐지를 위해서는 현재 제시된 최소 조사 지점수보다 더 많은 지점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한 종들의 분포 변화와 새로운 침입종의 정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 지점 확보와 함께 조사 빈도 증가가 필요하다(McCracken et al. 2015).
향후 연구에서는 표준화된 조사 프로토콜을 사용한 동시 조사를 통해 본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검증하고, 계절별 변동성을 고려한 연간 조사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토양 특성, 경작 방식, 농약 사용 강도, 주변 경관 등 환경 요인이 종 다양성 및 모니터링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후속 연구가 중요하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친환경농업 확산 정책 등과 연계된 실질적인 농업생태계 관리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 제시된 최소 조사 지점수는 한국 농경지 식물상의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장기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위한 과학적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제한된 자원 하에서 최대의 모니터링 효과를 얻기 위한 차등적 조사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며, 기후변화 대응 농업생태계 관리 정책 수립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